005. 엄마와 데이트

영국이 코로나로 봉쇄조치를 취한 게 3월 16일이고 에어비앤비는 그보다 일주일 전에 사무실을 닫고 재택근무에 돌입했으니 집에서 일한 지 6개월이 넘었다. 회사 사람들과 수다 떨고 사무실에서 맛있는 거 먹는 데서 일하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니, 죽을 맛이다. 4월 말, 서울로 도망왔을 때 한국 지사는 금방 사무실 다시 열겠지 싶었지만 이젠 기대도 않는다.

집중도 안 되고 재미도 없는 재택근무의 굴레 속에서 유일한 장점은 점심 시간에 엄마와 피크닉 가는 거다. 오늘도 맑고 파란 하늘이 집에 있으면 안 된다고 소리쳐 선크림을 바르고 선그라스를 쓰고 집을 나섰다. 을지로3가에서 내려 바스버거에 들러 치킨버거 두 개를 주문하고 (하나는 세트, 하나는 단품) 쉐이크를 두 개로 나눠달라고 말했다. 바스버거는 포장/배달할 때 버거에는 핫팩을, 음료에는 아이스팩을 붙여준다. 요즘 쓰레기와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나로서는 불필요한 자원 낭비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너무 좋기도 하다. 온도를 유지해서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

그늘에 앉아 버거를 먹는데 바람이 불어 쌀쌀하다. 챙겨온 가디건을 입고 스카프를 두르면서 곧 추워지겠구나, 그러면 이런 피크닉도 끝이네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피난 때문에 10년 만에 부모님 집에 다시 들어와 살고 있다. 원래는 잠시 피해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어느새 6개월이 됐다. 독립된 공간이 없어 불편하지만 부모님과 이렇게 보내는 시간도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Comments

  1. 그죠.. 기회가 있을 때 잘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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