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Memory Lane: 강화도

오늘은 장어구이 얘기를 해볼까 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수복1호 장아집"이라는 장어구이집 이야기다.

011로 시작하는 번호에서 이미 짐작하겠지만 이 명함은 아주 오래된 명함이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내 단짝 윤미와 함께 간 강화도에 있는 장어집이다. 몇 달 전 짐 정리를 하다 발견했고 너무 반가워 네이버 지도에 검색해보니 역시나 결과는 없다. 

대학교 새내기로서 맞이하는 첫 방학에 윤미와 나는 국내여행을 하기로 했다. 섬을 찾아다니자고. 그 첫 여행지로 가깝고 만만한 강화도를 택했다. 

아침 일찍 강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강화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첫 목적지는 강화 역사박물관(고인돌과 마니산 등 대표 관광지를 찍기로 했다. 모범적으로다가). 집을 일찍 나선 터라 둘 다 배가 고팠다. 역사관 근처에 장어집을 발견했고 12시도 되기 전이었지만 식당으로 들어섰다. 장어가 얼마나 비싼 음식인 줄도 모르고.

당연히 첫 손님이었던 우리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 자리를 잡고 벽에 붙은 메뉴판 가격을 봤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1300원에 학관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던(게다가 1학년 때는 거의 선배들이 다 사줘서 내 돈으로 먹은 기억이 없다) 대학생에게 한끼 식사로는 어마어마한 가격이었다.

"안 되겠다, 일어나자." 그냥 나오려는 우리를 주인 아저씨가 붙잡았다. "첫 손님인데 이렇게 보내면 안 되지. 학생들 싸게 해줄게 먹고 가."

그래도 비쌌지만 아저씨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어 그냥 앉아서 시켰는데 세상에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꼭 다시 오자고 열 번도 더 말하며 배를 두들기며 나왔다. 시작부터 여행 경비를 탕진하는 바람에 그 뒤로 여행 내내 무조건 싼 음식을 먹긴 했지만, 마니산에서는 산채비빔밥 먹고 나름 잘 먹고 잘 놀았다. 그 장어는 그만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었다고 여행하는 내내 말하며. 

윤미를 만나면 아직도 강화도와 그 장어구이를 얘기한다. 지금은 그곳에 없지만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계시길, 장어 아저씨!


Comments

  1. 이런 추억담 좋네요. 대학 새내기 시절이라니 이제는 너무나 아득하지만. (학관밥ㅎㅎㅎ) 전 알지도 못하는 분이지만 인심 좋으신 장어 아저씨 잘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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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학관 밥은 얼만지 갑자기 궁금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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