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 서른아홉
서른아홉이 됐다. 생일날부터 과천에 들어가느라 생일 축하도 제대로 못 받았지만. 생각해보니 작년 생일에는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 산속에서 하이킹 하느라 역시나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 2년 연속 핸드폰 없는 생일을 보냈네.
내 나이는 30대 초반에 멈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한 살 한 살 먹는 걸 체감할 수 있다. 학년이 바뀌고 졸업하고 입학하는 등의 객관적인 경계선이 있다. 사회로 나오고 난 뒤 그 경계선이 사라졌다. 승진을 하고 이직을 할 수도 있지만 나이를 실감하게 하는 변화는 아니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아이가 커가는 걸 보며 세월을 느낀다지만 나는 그것도 아니니 어느 때부턴가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과천에서 나의 서른아홉을 생각해봤다. 2020년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듯 나에게도 잃어버린 1년이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공들인 런던 생활을 드디어 누리게 될 'Dream Come True'의 해가 될 줄 알았으니 박탈감이 심하다. 백신이 성공적으로 보급돼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내년 말이라고 하니 2021년도 코로나 상황에 있어서는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월에 영국으로 돌아간다.
서른아홉의 나는 조금 더 나를 사랑하게 되기를.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조금 더 자주 들기를. 온기를 느끼고 웃을 일이 조금 더 많은 날들이기를.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기를. 글을 좀 더 잘 쓰게 되기를. 더 욕심 내보면 책 비슷한 걸 낼 수 있게 되기를. 코로나 시대의 런던을 만끽하기를.



그러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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