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칠순

오늘은 엄마 생일이다. 나와 정확히 일주일 차이 나고, 햇수로도 정확히 30년 차이 나서 매번 함께 나이 드는 느낌이다. 나는 일주일 전에 서른아홉이 되었고 엄마는 예순아홉이 되셨다. 

몰랐는데 만으로 예순아홉이 되는 해에 칠순 잔치를 한다고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거부한 한국 나이 셈법의 연장선인가보다. 아니 일흔 살이 되는 건 내년인데 왜 올해가 칠순이냐고 따졌지만 원래 그런 거라는 답만 있을 뿐.

어쨌든 그렇다고 하니 잔치까지는 아니어도 친척들 모여서 밥이라도 먹자는 말이 나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게 조심스러워서 한 달 전쯤 그냥 우리 식구만 밥 먹자로 결론을 냈다. 언니네와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함께 하지 않는 걸로 하고 엄마, 아빠, 나 이렇게 조촐하게 외식을 하기로 하고 룸이 따로 있는 한정식 집에 몇 주 전에 예약을 해뒀다. 

그런데 슬금슬금 확진자 수가 올라가더니 2단계 조치가 내려졌다. 우리끼리 먹는 거고 룸 따로 있는 한정식 집이니까 그냥 갈까 고민했다. 2단계라고는 하지만 하필 우리가 가는 식당에 확진자가 있을 확률은 사실 굉장히 낮으니까. 문제는 확률은 낮지만 하필 감염이 됐을 경우 그 대가는 어마어마하다는 것. 난 괜찮겠지만 엄마는 기관지 확장증으로 감기도 조심해야 하는 기저질환자다. 생일 저녁 먹겠다고 목숨을 걸 순 없지 않은가.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북경오리를 아빠가 테이크아웃 해오기로 합의를 봤다. 뭐든 시키면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해내는 아빠가 소스와 전병과 밑반찬을 6인분을 챙겨서 퇴근하셨고 우리는 레드와인 한 병을 따서 생일 디너를 집에서 먹었다. 

칠순을 이렇게 넘겨도 되는가 싶지만, 원래도 뭔가 떠들썩하게 하기 싫어하는 집이다. 아빠 엄마 나 모두 생일이 11월에 몰려서 미역국이나 케익을 서로 안 하겠다고 미루고 선물은 필요한 게 없다고 거부해서 그냥 말로만 축하한 지 오래 됐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다른 친척들 때문에라도 뭔가 했겠지만 결국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갔다. 내년 아빠 칠순 때 한꺼번에 뭔가 하기로...

엄마 사랑해요! 😘 




Comments

  1.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아버님 귀여우세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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