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 노트북
과천 들어가기 전부터 노트북이 느려지고 화상 회의를 하면 자꾸 끊겨서 담당자에게 문의를 했다. 얼마나 썼는지 물어보더니 바꿀 때가 됐다며 새로 보내주겠단다. 맥북 에어는 이제 공급하지 않는다며 맥북 프로를 보낸다고. 맥북 프로가 더 좋은 모델이지만 살짝 더 무겁기 때문에 저번에도 그냥 에어를 받았는데,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단다.
휴가가 끝나고 월요일에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교체될 것을 미리 알았다는 듯이 갑자기 노트북이 마음대로 꺼져버린다. 그냥 일할 때는 한 시간 정도 버티고 꺼지는데 회의를 할 때는 힘겨운지 30분을 버티지 못한다. 이틀 후면 새 노트북이 올 거라 팀 사람들에게 내가 갑자기 회의에서 사라져도 놀라지 말고 몇 분만 기다려달라고 하고는 하루에도 열 번씩 노트북을 새로 켜가며 버텼다.
헤어질 것을 미리 알고 먼저 떠나는 건 노트북이 처음이 아니다. 더블린 발령이 결정되고 출국을 한두 달 앞둔 2018년 여름, 처음 독립할 때 아빠가 선물로 사주신 화초가 시들시들하더니 죽어버렸다. 역삼동 오피스텔로 독립한 게 2012년이었으니 7년을 함께 한 식물이다. 내가 떠날 걸 이미 알고 먼저 이별을 고한 것 같아 왠지 눈물이 났다.
이 노트북은 더블린 사무실에서 받은 노트북이다. 2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함께 했으니 그리 길다고 할 수 없지만 세계 곳곳을 함께 누볐고 눈 뜬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한 몸이었다. 출장뿐 아니라 제주도, 뉴질랜드 등 휴가도 함께 보낸 베프다.
고생했어. 내가 너무 부려먹었지? 이제 편히 쉬기를...
(근데 오늘 맥북 프로를 받아보니 연결하려면 어댑터가 필요하더라. 좀만 더 버텨주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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