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 트렌드 코리아 2021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매년 내놓는 트렌드 코리아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알고 보니 2008년부터 나왔고 재작년부턴가는 영문판도 출간했던데 역시 난 트렌드를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외계인은 존재하는가 등의 철학, 심리학, 과학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속세스러운 주제는 관심이 없었다. 저 멀리 있던 시선을 올해 갑자기 내가 사는 이 세상으로 떨군 느낌이다.
어쨌든 이 책은 재밌었다! 이 책이 처음이라 매번 구성이 동일한지 알 수 없으나 2020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돌아보는 1부와 2021년 소비트렌드를 전망하는 2부로 되어 있다.
올해 키워드는 COWBOY HERO로 영문의 첫 글자를 따서 각 키워드를 만들었는데 누가 봐도 억지스럽다.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딱 거기까지인 듯. 그래도 트렌드 자체는 의미 있으니 한 번 살펴보면..
Coming of 'V-nomics' - 브이노믹스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경제를 의미한다. 업계에 따라 회복 양상에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대면성이 높아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지만 대체하기 어려운 업종(미용실, 공연, 병원 등)은 빠르게 회복하는 V형, 대면성이 높으면서 어느 정도 대체가 가능한 업종(해외여행, 헬스클럽 등)은 완만한 회복의 U형, 사회적 거리두기에 민감한 업종(대중교통, 식당, 카페 등)은 방역 단계에 따라 즉각 반응하는 W형 등의 곡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위기는 기존의 문제를 더 부각시킨다고 한다. 원격수업으로 학업 격차는 더 커지고 비즈니스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승자독식주의가 더 강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Omni-layered Homes - 레이어드 홈
코로나 시대에 집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집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며 웬만한 활동을 집에서 해결하는 추세다.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슬세권'도 뜨고 있다. 미래 소비의 중심을 집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 자본주의 키즈
자본주의 키즈는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다. 자본주의 생리를 몸으로 체득한 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성장하며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키즈는 PPL 등 광고에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이를 놀이로 삼는다.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며 일부러 광고를 봐주거나 PPL 상품의 후기 댓글을 달아 응원하기도 한다. 언뜻 보면 낭비나 사치로 보일 수 있는 플렉스(flex)와 합리적인 짠테크를 동시에 아우르는 세대다.
Best We pivot - 거침없이 피보팅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피보팅을 한다. 온라인 데이팅 영상 사이트로 시작한 유튜브, 소셜 게임으로 시작한 인스타그램, 비디오테이프 우편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 등 많은 기업들이 피보팅으로 성공했다. 이젠 규모의 경제가 아닌 속도의 경제가 필요한 시대다.
On this Rollercoaster Life - 롤코라이프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의 라이프스타일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반짝하고 지나가는 짧은 유행에 우르르 몰려가 참여하고,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아 즐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놀거리로 넘어간다. '1일1깡', '아무노래 챌린지' '집콕 챌린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에 필요한 건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한 완벽한 마케팅이 아니라 미완성일지라도 끊임없이 치고 빠지는 '숏케팅'이다.
Your Daily Sporty Life - #오하운, 오늘하루운동
운동 붐이 일고 있다. 다양한 운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긴다. 아재들의 스포츠라고 여겨졌던 등산이나 골프를 즐기는 연령대가 낮아졌다. 서핑과 프리다이빙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달리는 플로깅(plogging) 등 다른 요소를 결합하는 운동도 많아졌다. 운동을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인증, 기록 등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온/오프라인으로 '느슨한 관계'를 맺으며 함께 하는 것도 특징이다.
Heading to the Resell Market - N차 신상
중고시장이 투자처, 놀이터,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고는 기존의 '남이 쓰던 물건'에서 벗어나 'N차 신상'이라고 부를 수 있다. 소비 기준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이동하며 중고마켓이 급성장하고 있다. 희소제품에는 프리미엄이 붙어 재테크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으며 중고거래가 하나의 놀이로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재미까지 주고 있다. 안전한 플랫폼의 발달과 공유에 익숙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증가로 중고시장은 더 활발해질 것이다.
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 CX 유니버스
팬덤을 만들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려면 고객경험의 총체적 관리가 중요하다. 소비자의 긍정적인 감정을 배가시키려면 브랜드가 이끄는 세계관이 필요하다. CX 유니버스를 구축하려면 물 흐르듯 매끈한 심리스(seamless)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의 자발적 데이터 제공 경험을 유도하며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빈지뷰잉(binge-viewing) 할 수 있도록 전편을 일괄 공개한다. 시청 기록이 쌓일수록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 받을 수 있다.
'Real Me': Searching for My Own Label - 레이블링 게임
MBTI, 꼰대레벨 테스트 등 각종 자기성향 유형화 테스트가 유행하고 있다. 레이블링 게임(labeling game)은 타인과 공유와 비교를 통해 놀이로 진화하기도 한다. 이제 브랜드는 타깃 고객이 "이것은 바로 나"라고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 휴먼터치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조명받은 트렌드는 '언택트(untact)'지만 언택트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인간과의 단절이나 대체가 아니라, 인간적 접촉을 보완해주는 역할이다.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따뜻한 감성에 대한 목마름이 강렬해질 것이다.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눔코치(Noom coach)도 사람 코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회원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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