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 올해의 뉴스(2020)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에서 제안한 '올해 최고의 10가지 순간' 또는 '올해의 10대 뉴스'를 생각해봤다. 코로나로 얼룩진 채 웅크리며 지내서 그런지, 최고의 순간을 10가지나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비관적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며칠 전 회사에서 단체로 첼로 명상 온라인 체험을 했는데, 명상을 시작하기 전 호스트가 다들 올해 어땠냐며 한 단어로 채팅 창에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Stuck!"이라고 적었는데 다들 gratitude, resilience, hopeful 등 이런 느낌의 단어를 마구 올려서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리고는 또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을 자책한다. 😐
1. 생애 첫 책 올해 가장 뿌듯한 건 아무래도 책을 쓴 것. 아주 얇고 작은 책이지만 그래도 내 글을 담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책을 생산했다는 데서 오는 보람이 크다. 내 이야기를 쓰는 건 예전에 로컬리제이션 글을 썼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사소한 일상을 다시 보게 되고 글을 쓰는 기쁨을 알게 됐다. 컨셉진의 100일 글쓰기를 하면서 좀 망했지만 앞으로도 글은 꾸준히 쓰게 될 것 같다.
2. 런던 입성 사실 올해 가장 큰 뉴스를 차지했어야 하는 아이템인데 코로나로 100일 천하로 끝나는 바람에 2위로 밀려났다. 1월 4일 런던에 도착했을 때의 벅차오르던 감정, 왕복표가 아닌 편도 비행기표가 주는 감동... 결과는 처참했지만 몇 년간 노력하고 그보다 훨씬 전부터 품어왔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3. 금융 신생아(주린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노동의 대가로 받았던 구글 주식을 제외하고는 주식을 보유했던 적도 없고 내 돈으로 산 건 처음이었다. 주식 투자보다도 '돈'이라는 녀석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 원년이다. 지금껏 '나에게 돈은 우선순위가 아니야'라는 오만한 태도로 '돈'에 관한 모든 무지와 무식을 포장했었는데 성인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걸 깨달았다.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을 모르는 건 순수한 것도, 깨끗한 것도 아닌 정신 못 차린 거라고. 책으로 기본 개념과 마인드셋을 잡고 다양한 유튜브 채널로 주식 동향을 살피고 있다.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을 둘 다 시작해서 평일에는 3교대 근무하는 느낌이다.
4. 에어비앤비 상장 직원들 대부분이 목이 빠져라 기다렸지만 나는 최대한 늦게 하길 바랬던 상장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 주식을 당장 팔 생각도 없고,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에어비앤비에게 갖는 상징성이 크다. 코로나가 전 세계 이동을 마비시키며 예약이 80% 급락하기 시작한 3월, 전 직원의 25%를 정리해고한 5월, 놀라운 회복세를 보인 7-8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한 해였고 다들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알기에 감동적이었다.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브라이언을 보며 조금 남아있던 어린 CEO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졌고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방식에서 무한신뢰가 생겼다. 상장사가 되면서 에어비앤비의 가치와 노력이 주가로 단순 평가를 받게 되는 건 싫지만, 전례없는 위기를 극복하며 '실리콘밸리의 바퀴벌레' 면모를 다시금 증명해 자랑스럽다. 😂



명상 체험 에피소드랑 사진 속 혜림님 책 뒷표지의 인용이 이어지는 건 의도된 건가요!? 다사다난했던 2020년 고생 많으셨어요. 글쓰기의 즐거움을 다시 찾게 해주신 건 정말 몇 번 감사드려도 부족한듯요. 새해에도 치유를 위한 글쓰기는 이어지겠지만 서로 조금 더 희망찬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ReplyDelete옹? 어떻게 이어지는 거지? 윗빠사나 명상이랑요?
Delete정말 글 맛깔나게 잘 쓰셔서 앞으로도 계속 써주세요! 서점에서 곧 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