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 새해의 뉴스(2021)
올해의 뉴스에 이어 1년 후 2021년을 돌아봤을 때 꼽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새해의 뉴스'다.
1. 런던살이 2020년에 못다한 런던살이를 드디어 해냈다고 꼽고 싶다. '코로나 시대의 런던'은 물론 다를 거다. 저렴한 저가항공을 타고 가볍게 휙 다녀올 수 있을 거라 기대한 유럽 이웃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지 못할 거고, 원없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웨스트엔드 뮤지컬도 안전하게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현지 커뮤니티에 속하는 재미도 느껴보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선 불가능해 보인다. 영국남자 만나서 연애하는 것도... 그래도 1년 후에는 런던살이를 해봤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10월에 유학생활을 시작한 대학 동기 유진이와 함께 집을 알아보고 있으니, 락다운이 반복돼도 집에서 맛있는 거 해먹는 유쾌한 날들이 있기를. 날이 좋을 때는 근처 공원에 돗자리 펴놓고 뒹구는 날들이 있기를.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살아본 적이 없는 내가 누군가와 거리를 좁혀 함께 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맛있는 런던 커피를 자주 먹을 수 있기를. 자연사 박물관이 지겨워지기를. 작년 뉴질랜드 하이킹 때 쓰고 아직도 새 거인 등산 장비를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기를. 일방적인 나의 런던 사랑이 조금은 내게 돌아오기를. 소중한 추억이 한가득 쌓이길.
2. 책 출판 독립출판이든 출판사를 통한 출판이든, 내 이름(또는 필명)이 적힌 책이 서점 매대에 깔린 모습을 보고 싶다. 소소한 일상을 담은 수필이 될 지, 어떤 테마를 정한 책이 될 지 모르겠지만 출판과 판매까지 경험해 보고 싶다. 유진이와 '코로나 시대의 런던 생존기'를 기획하고 있긴 한데, 일단 써보는 걸로!
3. 돈 관리 이제 막 금융 개념을 공부하고 주식 투자를 시작했지만 2021년 말에는 이 방면에서 신생아 단계를 벗어나 청소년기에는 접어들었기를 바란다. 돈을 많이 벌었기를 바란다기보다(사실은 대박 났음 좋겠다!) 돈을 잘 벌고 잘 쓰는 법을 공부하고 연습해서 성장했기를. 돈은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잘 쓰는 게 더 어렵다. (주식 투자자들이 '매수는 과학이요 매도는 예술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난 돈을 잘 쓰는 법을 정말 모른다.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사지 않고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법도 잘 모른다. 아는 와이프에서 강한나 대사 중 마음에 들었던 게 있었다.(드라마와 등장인물에 대한 평과는 별개) "진짜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돈 써요. 돈으로 자존심, 양심을 지켜. 그쪽처럼 자존심 양심 팔아서 돈 지키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데 돈을 낭비하진 않지만 필요할 때, 나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지키고 싶을 때 과감하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4. 커리어 2020년은 커리어 정체기였다. 코로나에 적응하기 바빴고 정리해고를 겪으면서 무기력과 회의감이 들었다. 팀원들이 비자발적 퇴사를 하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고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에 고통스러웠다. 퍼블리에 쓰기로 했던 '중간 관리자의 일' 계약도 파기했다. 내가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 각종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예산이 삭감되면서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줄어들자 자신감은 더 떨어졌다. 단순하고 재미없는 일의 비중이 높아지며 팀원들이 답답해하는 게 보였고 새로운 프로젝트나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역할이 생기면 팀원들에게 나눠줬다. 팀 사람들의 사기 부여 차원이기도 했고 내가 의욕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설 자리는 더 좁아졌고 꾸역꾸역 1년이 지났다. 2021년은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 버티는 한 해를 보냈으니 새해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고 제안해서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12월 23일부터 1월 11일까지 긴 휴가가 예정되어 있으니 시간을 갖고 회사일을 돌아볼 생각이다. 2021년은 회사일에서도 새로운 걸 배우고 팀원들에게도 더 나은 매니저가 되는 해이길.



내년 이맘때 '올해의 뉴스'를 기대할게요. 파이팅!
Reply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