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불안감

평소에도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데 런던행을 앞둔 지금 스트레스 레벨이 매우 높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예민해지고 작은 걱정거리에도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는 나는 오히려 남들이 무섭다고 하는 건 별 생각없이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번지점프. 서른이 되기 전 꼭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뉴질랜드 카와라우 다리에서 번지점프 하는 거였다. 이 꿈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본 대학교 1학년 때 생겼다. 엔딩 장면에서 이병헌과 여현수가 뛰어내린 곳. 실제로 만 30살이 되기 한 달 전에 가서 뛰었고 2019년에 다시 가서 또 뛰었다. 이런 건 하나도 무섭지 않다. 


2013년 4월 Engage 행사로 전 세계 구글 직원들이 라스베가스에서 모였을 땐 무섭기로 악명 높은 라스베가스 놀이기구를 탔다. 스트라토스피어(Stratosphere) 타워의 엑스스크림(X-Scream)은 3.5km 높이의 타워 옥상에 설치된 롤러코스터로 빌딩 바깥으로 떨어지는 듯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당연히 맨 앞줄에 타서 어떤 이유로든 안전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난 꽤 오래 떨어져서 죽겠구나 생각하면서 목숨 걸고 탔다. 


일상의 별 거 아닌 일에는 전전긍긍하면서 실제로 위험할 수 있는 일은 겁이 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오히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에는 둔감해지는 게 아닐까. 자전거 탈 땐 코너링하는 것도 겁내면서 난기류로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호러 영화나 전쟁 영화의 끔찍한 장면은 잘 보면서 의학드라마의 수술 장면은 못 보는 건 후자가 나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출국을 일주일 앞둔 지금은 얼마 전 치료한 치아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치료할 치아가 있으면 시간 여유를 두고 하려고 일찌감치 12월 중순쯤 치과를 방문했는데 그때 떼운 이가 말썽을 부려 그 뒤로 세 번을 더 갔다. 이제 그냥 두고 봐야 한다고 하는데 영국에 가서 아프면 어쩌나, 한국 들어올 수도 없고(들어온다고 해도 2주 자가격리를 해야 치료가 가능한데) 코로나 소굴인 영국에서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치과 치료를 받기는 더 무섭다. 코로나에 이어 치통까지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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