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8. 집
나이가 들어서일까 온전한 나로 사는 데 내 집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꼭 내 소유의 집이 아니더라도 내 물건과 내 취향이 깃든 안정적으로 내 집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이.
서른에 독립한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5년을 넘게 지냈다. 1년 정도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거라 살림살이를 마련하는 데 인색했다. 테이블+의자 2+스툴 2 한 세트에 10만원 하는 초저렴 가구를 샀고 그릇도 엄마 부엌에서 몇 개 가져왔다. 침대도 없이 매트리스 받침을 놓고 살았다. 5년이나 살게 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좋은 가구에 예쁜 식기도 사서 재미나게 살림해볼 걸 하는 후회로 다음에 이사간 종로구 경희궁자이에서는 80만원의 통나무 테이블과 제대로 된 디너세트 식기를 구입했는데 정작 1년 만에 더블린으로 떠나게 됐다.
그 뒤로 3년은 홈리스(homeless)였다. 더블린에서는 독불장군 하우스메이트를 만나 두 달만에 방 빼고 에어비앤비를 전전했고, 런던으로 옮긴 다음에는 3개월만에 코로나가 터져 월세로 얻은 집을 두 달도 못 채우고 한국으로 피난 가 부모님 집에서 지냈다. 서울 피난살이를 마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면 대학교 친구 유진이와 함께 방 두 개 화장실 두 개짜리 아파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사우스 켄싱턴에 있는 에어비앤비다. 깨끗해서 나쁘지 않지만 윗집 청소기 돌리는 소리(어제 저녁에 공항에서 막 왔는데 9시 넘어서 청소기를 돌리더라), 말소리, 발소리 다 들리는 방음 안 되는 영국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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