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 아주 사소하고 조금 많이 소중한 것들

코로나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친구를 만나고 맛집을 찾아가고 여행을 떠나고. 너무나 당연해서 고마운 줄 몰랐던 수많은 것들을 그리워한 지 1년, 아직도 이 교훈을 완전히 체득하지 못했는지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는 날들이다.

1. 12월 중순 치과 치료를 받은 후 한 달째 통증이 지속되고 있다. 레진 치료 후 한동안은 시리고 시큰한 증상이 있을 수 있다지만, 씹을 때 깜짝 놀랄 정도라 왼쪽으로만 씹고 있다. 한쪽으로 씹는 게 이렇게 불편할 줄이야. 나도 모르게 대충 씹어 삼키게 된다. 평소 식감 있는 음식을 좋아하는데 (빵도 사워도우, 바게트 등의 하드 계열을 좋아한다) 부드러운 음식을 찾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와구와구 먹는 게 큰 행복이었다는 걸 몰랐다.

2. 출국 전 주에 갑작스럽게 설사를 한 뒤,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패턴으로는 설사 1일, 변비 4일, 다시 설사 1일, 변비 4일... 이런 주기로 이어지는데 미칠 노릇이다. 설사를 하고 나면 배를 움켜쥐고 드러누워 아무것도 먹지 못하다가 변비가 지속되는 날엔 먹기는 하지만 나오는 게 없으니 답답해서 식욕이 없다. 무엇보다 뭔가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예민해진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면 악순환일 수밖에 없는 구조.

3. 며칠 전 커피 테이크아웃 한 번 했다가 상상코로나로 혼자 생난리를 치고 난 뒤, 어제는 갑자기 젤라또가 먹고 싶었다.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젤라또 집을 발견했으나, 테이크아웃 해서 집에 와서 먹기에는 다 녹아버릴 거리다. 그렇다고 길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먹는 건 상상만 해도 두려웠다. (산책 나가서 물도 안 마신다.) 밖에서 커피 한 잔, 젤라또 한 컵이 이렇게 손에 넣기 어려운 것들이었나.

4. 날씨가 좋아 템즈강을 향해 산책을 갔다. 최단 거리로 다다를 수 있는 쪽으로 걸었다. Albert Bridge에서 보는 템즈강은 런던 중심가에서 보는 템즈강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서울에서 보는 한강이 아닌 춘천에서 보는 북한강 느낌이랄까. 다리 건너에 있는 Battersea Park도 사람이 많은 게 꺼림칙했지만 넓고 초록초록했다. 근데 슬슬 불안했다. 돌아갈 길이 먼데 화장실이 가고 싶을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얼른 집으로 향했다. 걸으면서 점점 마음이 급해지며 어딘가 화장실 쓸 곳을 찾아볼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테이크아웃으로 열려있는 카페 같은 데서 부탁해보면 가능할까? 그래도 누가 썼는지 모르는 화장실을 쓰는 게 불안했다. 아냐아냐 무조건 집에 가야해 하면서 땀나게 걸었다. 산책을 나가도 화장실 가고 싶어지기 전에 돌아와야 하는 시절을 살고 있다.


Comments

  1. 템즈강 풍경 너무 예쁘네요! 속 얼른 나아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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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마워요!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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