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 가장 완벽한 하루
며칠 전 이사를 했다. 자세한 이사 스토리(장르: 호러)는 브런치에 올릴 예정. 😑
어쨌든.. 이사 이튿날 새벽, 심란한 마음에 전자책을 꺼내들고 그냥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찾아 <아무튼, 문구>를 다운 받아 읽기 시작했다.
어느 책에서 무척 인상 깊은 구절을 보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길은 가장 완벽한 하루를 상상해보는 것에서 시작한단다. 그리고 그 완벽한 하루와 닮은 습관들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다 보면 결국엔 꿈꾸던 삶을 살게 된다는 것.
완벽한 하루를 상상해볼까. 그러면 불안한 마음이 좀 위로가 될까.
눈을 뜨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아침이다. 잠시 뒹굴며 게으름을 피우다 일어나 세수를 한다. 주방으로 가 아침 메뉴를 고민한다. 스크램블 에그? 아보카도와 땅콩버터? 크림치즈와 라즈베리잼? 에그마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맛있겠다. 커피를 갈아 커피향을 맡으며 내린다. 신문 또는 책을 보며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먹고 앉은 자리에서 책을 더 보다 먹은 걸 치운다. 급한 일이 없는 아침이다. 노트북을 열고 잠시 이것저것 확인하다(회사 계정이 로그인되어 있는 크롬 창은 열지 않는다) 블로그 또는 브런치 탭을 열어 글을 쓴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퍼뜩 이 버전보다 더 좋은 아침을 생각했다. 코로나로 카페가 문을 닫고, 런던은 전국 봉쇄령이 내려진 상태라 생각도 못한 버전이다. 일어나 요거트와 그래놀라를 먹고 샤워를 한다. 나갈 채비를 하고 노트북을 챙겨 집을 나선다. 단골 카페(서울이라면 연희동의 푸어링아웃, 런던이면 Ozone Coffee Roasters)가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도착해 좋아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플랫화이트와 요깃거리를 주문한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책을 본다. 맛있게 먹고 그릇을 한쪽으로 치운 후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쓴다.
한두 시간 정도 머문 뒤 카페를 나와 걷는다. 서점에 가서 요즘 어떤 책이 나왔나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소화가 될 때쯤 운동을 한다. 코로나 시국에 익숙해진 지금은 유튜브를 켜놓고 땅끄부부의 칼소폭 매운맛 유산소운동을 따라하겠지만 세상이 다시 좋아지면 헬스장에 가서 스트레칭을 하고 근력운동을 한 뒤 수영장에 들어가 자유영-배영-자유형-평영을 지칠 때까지 반복한다.
저녁은 친구나 지인들과 함께 한다. 맛집에 가서 와인도 한 잔 하고 수다를 떤다. 에너지가 떨어질 때쯤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며 함께 한 시간을 기념한다. 집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누이고 책을 집어든다(전자책 말고 종이책). 잠이 슬슬 오면 불을 끄고 토끼를 끌어앉고 잠을 청한다. 다음 날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 없이 평온하게 잠든다.
별 것 없는 평범해보이는 하루인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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