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 혼밥
손에서 놓고 싶지 않고, 잠이 와도 그만두고 싶지 않고, 회의를 하고 있으면 얼른 끝내고 싶은 조급함이 생길 정도의 책을 읽고 싶다.
출국을 앞두고 책(특히 한국 책)에 접근성이 떨어질 거라 마련한 중고 누글삼(nook glowlight 3)을 사용한 지 이제 한 달. 전자책에 대한 거부감은 줄었지만, 여전히 종이책이 아쉽다.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지 감이 오지 않아 자꾸 교보문고에 들어가 목차를 확인하고(누글삼에서 목차를 열어볼 수도 있지만 반응이 빠르지 않아 다시 책 본문으로 돌아오려면 번거롭다),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을 포스트잇 라벨로 간단하게 표시할 수 없어 더듬더듬 하이라이트 표시 기능을 사용한다. (이것도 다시 들여다보려면 일이다.)
한국 책은 구하기 어려우니 영어 책 중 재밌는 걸 사고 싶어 Amazon UK와 Book Depository를 뒤지는 중, 예능 보듯 가볍게 읽으려고 <아무튼, 계속>을 시작했다. 뚜렷한 관심사(덕질에 가까운)를 주제로 쓰인 아무튼 시리즈 중 특이하게 이 책은 저자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소재로 삼았다. 저자는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위해" 산다. 이런 것도 아무튼 시리즈의 소재가 될 수 있구나 신기하면서, '나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 세상에 아무 일 없이 꾸준하게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내세우는 주관이 부럽기도 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와닿는 부분이 있어 옮겨적는다.
시사용어가 될 정도로 혼밥족이 늘었지만 물리적으로는 혼자서 밥을 먹을 뿐, 계속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잉베이 맘스틴 수준의 현란한 손가락질로 다른 누군가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마치 새로운 커트러리가 발명된 것처럼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수저와 함께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
식사는 오롯이 자기와 마주하는 하루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식사 시간은 음식 맛을 느끼며 행복을 찾고, 잠시 쉬면서 복잡했던 머릿속을 정리하고 비우기에 가장 적절한 시간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순간마저도 자기 자신과 단둘이 마주 앉기를 거부한다.
나도 혼자 밥을 먹을 때 책이나 신문을 보거나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9년 말, 윗빠사나 명상 코스를 했을 때, 12일간 하루 삼시세끼 혼자 앉아 조용히 밥을 먹었던 게 떠올랐다. (무언 수행이라 혼자 조용히 먹는 것 외의 옵션은 없었다.) 그 때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저녁 9시 30분까지 하루 10시간 넘게 명상을 했기 때문에 오로지 먹는 데 집중하는 식사시간이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바깥에서는 어쩌면 쉬지 않고 쏟아지는 정보와 소통으로부터 잠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친구와 함께 이사를 한 지 5일째. 점심과 저녁은 주로 함께 먹으니 아침 식사만이라도 핸드폰이나 노트북 없이 나와 내 앞의 음식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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