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 집안일

플랫메이트가 워낙 부지런하다보니 주방 정리 등을 다 했다. 그릇을 찬장에 넣고 벽에 붙이는 후크를 주문하더니 집게와 국자 등 집기를 걸고, 전기밥솥과 전기포트 등의 배치도 순식간에 하더라. 같이 사는 두 사람이 다 자기 방식을 고집하면 오히려 부딪힐테니 내 방 정리만으로 벅찼던 난 잘됐다 싶어 그냥 하는 대로 따랐다. 나는 수도와 전기, 인터넷 연결, 집주인과 건물 관리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분업이 됐다.

깔끔하게 정리한 주방
이사 온지 2주가 지나면서 신경쓸 게 줄어들자 여유가 생겼는지 내 방 외의 공간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요 며칠 채소와 과일이 봉지가 뜯겨진 채로 냉장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음식을 싹 정리했고 (그 과정에서 냉장고 바닥에 물이 고인다는 걸 발견했다. 성에가 끼고 녹으면서 물이 생기는 듯해 앞으로 유심히 지켜봐야겠다), 오븐 청소를 했으며, 여기저기 쳐박혀 있는 6개들이 Volvic 생수병을 비닐 포장에서 뜯어 거실장 속에 정리했다. 혹시나 나중에 쓸까 해서 버리지 않고 둔 튼튼한 종이박스도 옷장 속이나 발코니로 치웠다. 

집안일은 신기하게 희열이 있다. 물론 4인 가구 살림을 책임지고 삼시세끼 아이들 밥까지 신경써야 하는 주부의 집안일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친구와 둘이 사는 이 정도 규모의 살림은 정신 노동에서 벗어나 소소한 육체 노동의 기쁨을 준다. 보통 2-30분이면 끝나 성취감을 느끼기도 딱 좋은 수준의 청소와 정리는 일하기 싫을 때 쉬어가는 좋은 핑곗거리가 돼주기도 한다. 나는 주로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새벽 시간에 집안일 욕구가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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