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 디어 마이 프렌즈


친구와 함께 살면서 넷플릭스 접근성이 생겨 (아직도 넷플릭스 계정 없는 원시인) 볼만한 한국 드라마가 있나 살펴보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선택했다. TV 없이 산 지 이제 십 년이 되니까 내 취향을 확실히 알게 됐다. (본방을 보면 아무래도 내 취향보다는 한창 이슈가 되는 드라마를 호기심에 보게 되는데 점점 현재 방영 중인 콘텐츠가 아닌 종영된 콘텐츠 중에 골라서 보니까 오롯이 내 취향대로 선택하는 장점이 있다.) 등장인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연출. 한 마디로 사람 냄새 나는, 위로가 되는 드라마를 좋아하더라.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부동의 인생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다. 그 밖에도 좋았던 작품은 <동백꽃 필 무렵>, <또, 오해영>. 

<디어 마이 프렌즈>는 우리 부모님 세대를 그린 드라마다. 박완(고현정 분)을 화자로 박완의 어머니 장난희(고두심 분)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노년층이 주인공인 드문 작품으로 할머니 캐릭터가 우루루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웬만한 시니어 연기자들이 대거 출동한다.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신구, 주현, 김영옥. 그들이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인네가 아니라는 것. 그들의 아픔과 희생과, 우정과 열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메시지는 예상 가능하다. 너무 당연히 엄마 아빠를 생각하게 되고, 특히 할머니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엄마와 매치가 되는 장면과 캐릭터들이 보인다. 

뻔한 메시지이긴 하지만 새삼 부모님과의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리며, 엄마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줄거리에서 나도 엄마와 아빠의 스토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화를 이어갈 줄 모르는 두 분에게서 본인 스토리를 이끌어 내는 건 어마어마한 챌린지가 될 거라는 게 예상이 돼 막막하지만 해볼까 싶어 질문 목록부터 작성하기 시작했다. 

- 어렸을 때 꿈은?

-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은?

-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은?

- 앞으로 2년만 살 수 있다면 어떻게 보낼까?

-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는지?

- 내가 가장 기쁘게/슬프게 한 일은?

- 가장 고마운 사람은?

-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은지?

엄마 아빠는 아주 다른 이유로 이야기를 듣는 게 쉽지 않을 거다. 두 분 다 self awareness가 낮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어색하다.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서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걸 해보신 적이 없다. 아빠는 대화를 이어갈 줄 모르신다. 아빠와 가깝지 않아서 가끔 잘 지내는지 메시지를 보내 조금 대화를 시도해도 다음 답장에서 바로 마무리를 지으신다. "별 일 없다. 너도 건강 조심하고." 이런 식.

과연 실천에 옮기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는 해볼 생각이다. 글로 쓰고 싶지만 우선은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듣는 데 의의를 두고. 아주 어려운 챌린지가 될 것 같다. 장혜림 화이팅. 😅

 

Comments

  1. 혜림님 엄마 아빠 이야기가 왜 우리 엄마 아빠 이야기 같죠ㅠㅠ 좋은 프로젝트네요! 좋은 이야기 나누실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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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 너무 어려워요. 엄마한테 좀 시도해봤는데 끌어내기 쉽지 않네요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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